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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조디악 ( 2006.11 )
작성자 박종관 작성일 2006-11-14 오후 5:52:39 조회수 3502
첨부파일  
조디악(Zodiac)

10월27일
새벽신문을 읽고 있는중 성근형과 현재가 집앞에 왔다. 공항으로 이동하며 상념과 걱정스럼
이 교차한다. 간단히 출국수속을 마무리하고 비행기가 하늘을 나른다. 얼마나 날았을까. 창문밖이 밝아올 즘 미국에 거의 다다랐씀을 알았다. 현수형과 통화를하니 4번출구에 계신다고 한다. 우리가 2번출구에 있다고 알리고 있으니 재호형이 커다란 꽃다발을 5개준비하여 나타나신다. 모두가 감동먹고 어이벙벙 사진찍고 각자 차를 나눠타고 렌트카 회사에 들러 차 빌리고 현수형 집에 들러 짐을 풀었다. 역시 차콜에 구은 LA갈비맛은 현수형집 전매 특허다. LA의 첫날밤은 그렇게 내머리를 몽롱하게 만들며 깊어만 갔다.

10월28일
아침일찍 쌩이형이 오셨다. 우리는 2대에 차에 나눠타고 북으로 달렸다. 베이커스필드에 잠시 들러 커피와 닭쪼가리 몇개 사서 먹고 계속 북으로 차를몰았다. 일환이형 딸내미 린다는
언제봐도 의젓하고 귀여워 일찌감치 남가주형들의 며느리감으로 찍힌 상태다. 요세미티 등용문인 터널을 빠져나와 기념 사진찍고 엘캐피탄과 첫대면을 한다. 캠프4에 6번사이트를 배정받아 텐트를 건설하니 점심때가 넘어 시장기가 몰려온다. 6번은 여느때보다 화장실과 쓰레기장이 가까워 아주 편했다. 불을피고 이야기가 무르익을 즈음 재호형이 엄청난 고기와
양주를 6병이나 사오셨다. 그날밤 막판은 결국 필림이 끊겨 어떻게 텐트에 들어갔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10월29일 (2피치)
아침을 먹으며 오늘부터 바위에 적응하는게 낫다싶어 조디악으로 향했다. 나를 뺀 나머지 4명의 대원들이 조디악으로 루트를 결정한듯 했다. 어떻게든 무사히 등반을 마무리 할수있도록 내 능력이 닿는 한 최선을 다해야한다는 중압감이 가슴를 항상 짖 누르고 있었다.
차에서 내려 노즈 베이스 쪽으로 어프로치 길을 잡고 하중과의 싸움을 시작했다. 적당히물을 올려놓고 현재가 조디악 변형루트로 2피치까지 한방에 줄을 깔기로 하고 출발한다. 그사이 진옥이 누나는 조디악 오리지날 루트 1피치 선희 누나는 숏티스트 스트로우 1피치를 선등하며 바위에 적응을 한다. 그러나 내신경은 아무래도 현재에게 계속 쏠렸다. 어쩌면 우리가 가야할 루트가 현재가 가야하는 길이니까. 2피치를 완료하고 짐을 꾸려서 캠프에 돌아왔다. 어차피 오늘은 휴식을 하기로 한 예비일이기에 한결 여유로웠다.

10월30일 (3피치)
아침에 눈을 뜨니 성근형 왈 놀면 뭐하냐 계속벽에 붙자고 하신다. 나야 싫을건 없지만 대원들도 반대하는 사람이 없으니 오늘도 계속GO다. 어제2피치 하였으니 현재가 오늘도 3피치를 계속 하겠다 한다. 현재의 파이팅이 좋아 그렇게 하기로 하고 성근형과 함께 2피치까지 주마로 출발을 한다. 나는 밑에서 잘못되는 부분이 있는지 유심히 지켜보며 가르쳐 주어야한다. 3피치도 훅 무브가 어려울 텐데 현재 녀석 꿋꿋하게 밀어 부친다. 오늘은 3피치 픽스로 만족하며 등반을 마무리한다.

10월31일 (4피치)
오늘도 바위로 가기로 결정 계속밀어 부친다. 현재가 또다시 4피치를 향한다. 4피치는 상당히 좌로 꺽이기에 픽스 로프를 쇼티스트 스트로우 쪽으로 옮겨 놔야만 했다. 로프3동이면 바닥까지 닿으므로 성근형에게 2동에 로프를 딸려 보내서 쇼티스트로 2피치 1피치에 픽스해놓고 내려오게 하였다. 우리가 오늘 줄곧 등반하는 도중에 쇼티스트 스트로우로 등반하는 호주인2명을 만났다. 그들도 조디악을 등반한다 하기에 4피치까지 우리 픽스로프를 사용하여 먼저 가라고하니 엄청 좋아하며 땡큐를 연발한다. 4피치까지 픽스는 되었으나 시간이문제다. 이렇게 가다가는 일주일도 더 걸릴지 모른다. 판단을 내려야 했다.

11월1일 (6피치)
오늘은 4피치까지 짐을 모두 홀링해 놔야한다. 연속3일을 바위에 붙어서 어느정도 벽에 적응이 된거 같기도하고 LA에서 쌩이형이 오늘밤에 오기로 되어있다. 조디악의 난이도나 우리의 실력으로는 6명이 함께 등반 하는 것은 불가능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부 모여 회의를 한 결과 선희 누나와 진옥이 누나가 남아서 지원하기로 했다. 참으로 고맙고 미안한 마음뿐이다. 누구나 시간과 여유가 있어서 원정을 온 것은 아닐 텐데 이럴 때 슈퍼맨이라도 나타나면 좋을 것 같았다. 부족했던 것들을 정검 하여 벽으로 향했다. 밑에서 보니 두명의 호주놈들이 새벽같이 우리 픽스 로프를 이용하여 4피치로 주마하며 올라가고 있다. 그때 갑자기 내 머리에선 저놈들한테 줄 값을 보상받고 싶어졌다. 그래 6피치까지 까는 거다. 현재야 홀링은 내가 할테니 줄 한동 달고 얼른 4피치로 올라가서 저놈들한테 6피치 걸어달라고 해라. 네 알겠습니다. 그 후로 현재는 개 거품 나게 주마질을 하며 4피치로 내달려서 후등자에게 줄을 넘겨주는데 성공했다. 6피치까지 홀링을 해놓고 내려오니 또 하루해가 저물고 있었다. 내려 오는 길에 조디악을 보니 호주 놈 선등자가 8피치에 거의 다다라 있었다.

11월2일 (휴식)
우리는 그동안 시차적응도 없이 줄곧 4일 동안 벽에서 노가다를 쳤다. 그래서 오늘 하루쉬고 내일부터 본등반을 시작하기로 했다. 어제 밤에 도착한 쌩이형과 제이리 선희누나 그렇게 셋이서 조디악으로 향하고 우리는 샤워도하고 오랜만에 늘어지게 캠프에서 쉬었다.

11월3일 (7피치)
오늘부턴 모든 게 내 책임이다. 잘돼야 될텐데. 나를 바라보는 저 눈빛들이 무척이나 애처러워 보인다. 침낭을 밸트 밑에 달고 로프에 주마를 끼웠다. 얼마를 허공에서 버둥거렸을까. 6피치에 결국 다다랐다. 나머지대원들은 짐을 모두 줄에 메달아 홀링으로 올렸다. 잠시후 쌩이형이 올라오고 등반을 서둘렀다. 7피치 스타트는 슬랩으로 10여미터 오르니 블랙타워가 나온다. 계속해서 위로는 가는 실 크랙에 확보물이 보이지 않는다. 개념도를 보니 A3다. 마음속은 발발발 쫄리지만 태연한척 했다. 너트와 마이크로 캠으로 적당히 해치우고 완료를 외쳤다. 시간을 보니 아직 여유가 있다. 나머지 대원들에게 포타렛지를 설치하게하고 8피치를 향했다. 8피치 끝날 무렵 위험한 실크랙이 나타나 부가부 하나를 때려박고 피치를 마무리했다. 8피치에서 호주 놈들이 카라비나 한 개를 버리고 후퇴하였다. 그놈들 장비를 보니 9피치가 엄두가 안 난것 같다. 겨우 캠두조 너트두정도가 다 였던거 같다. 7피치에 내려와 미리 설치한 포타렛지에서 잠을 청하는데 너무 초저녁에 환한 날씨라 쉽게 잠이 들지 않는다.

11월4일 (10피치)
장비를 챙겨서 어제 깔아 논 8피치로 향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몸이 힘이 없는 것 일까.
밑을 보니 나도 호주 놈들 따라 내려가고 싶어진다. 그러나 저 밑 사람들을 어떻게 보나. 그리고 귀국 후 쪽팔림은 무슨 수로 당해낼 것인가? 그래 죽어도 가자. 생각보다 쉽게 9피치가 마무리 되었다. 내 체중이 가벼워서 확보물들이 잘 버텨 줄 거라 위안을 삼으며 올랐다. 10피치에서 한번 추락을 맛보았다. 볼트를 지나 언더크랙에 에일리언을 설치하며 오르다 3센치 정도 위로 손에 닿지 않는 거리에 너트 자리가 보여서 발버둥 치며 끼워 넣을려다 몸이 흔들리며 캠이 빠져 나왔다. 내 몸은 순식간에 젖무덤에서 튕겨져 나와 아래로 향하는데 멈출 생각을 안 한다. 웁스! 형! 이거 너무 많이 떨어지는거 아니예요? 쌩이형은 나를 보며 씽긋 웃는다. 그 후로 나는 젖꼭지를 넘어 10피치를 잘 마무리 하였다. 시간을 보니 1시반이다. 홀링하고 포타 렛지 설치하니 해가 노즈를 넘어서려 한다. 썸머타임이 해제되어 5시만 되어도 어두어 진다. 현재가 11피치를 해보겠다며 다시나간다. 그동안 성근형이 집짓느라고 애를 먹는다. 나는 현재에게 그만 내려와서 성근형을 도와 집을 빨리 짓게 했다. 오후5시부터 새벽6시까지 13시간을 우리는 포타렛지에서 지냈다. 성근형님은 생생우동에 라면에 누룽지에 김치에 먹을 것이 무척 많았다. 밤하늘에 보름달은 우리의 마음을 아는지 더욱더 맹렬하게 빛을 발산했다.

11월5일 (13피치)
날이 훤해 6시 반쯤 어제 현재가 가다만 곳에 가서 장비를 챙기고 다시 갈라진 바위틈을 헤집는다. 크랙이 막판에 무척 어려워 헤드 한 개를 짓눌렀다. 다음에 오는 놈 참 좋겠네.
12피치가 좀 까다롭다. 크랙에 캠을 끼우고 일어서는데 그만 바위가 움직인다. 그냥 걸려있는 바위 같다. 힘줘서 내려버릴까 생각하다가 그냥 구렁이 담 너머 가듯 살짝 빠져나오자니
이번엔 볼트가 무지 멀다. 그것도 괜찮다. 이번엔 아예 훅 자리도 다 뜯겨서 설상가상이다.
한참을 두리번 거리다 쩜핑을 꺼냈다. 어렵게 일어서서 훅 내번 만에 좌측 썩은 볼트에 레다를 걸수 있었다. 12피치 겨우 완료. 현재야 올 때 물 많이 가져와라. 엘캡 메도우에서 현수형이 내 무전소리를 듣고 계신다. 가볍게 인사를 나눈다. 감기가 걸렸는데도 우리 응원차 새벽에 LA에서 또 오셨단다. 13피치는 줄 빠짐만 주의하면 된다. 나는 가급적 확보물을 내가 다 회수해 올랐다. 쉽게 13피치 완료하니 오후2시 렛지가 기가 막히게 좋아 줄을 길게 빼고 바닥에 앉았다. 마치 선인 하늘길 테라스에 앉아있던 기억이 떠오른다. 오늘도 작업끝.

11월6일 (정상-하산)
14피치는 성근형님이 나가신다. 멎지게 사진을 찍어보지만 엉덩이가 액정을 다채우는 건 어쩔수 없는일. 가볍게 캠 여러 개로 14피치 마무리. 이번엔 15피치 현재가 나간다. 두 번 미끄러지더니 더욱더 과감해 진다. 쉽게 15피치도 마무리. 이번엔 라스트 쌩이형 차례다. 그런데 현재가 또 간다. 후배를 위해 쌩이 형이 정상을 양보 하신거 같다. 나는 라스트에서 홀백과 같이 오르기로 했다. 정상소나무에 다다르니 성근형과 현재는 우퉁을 다까고 마치 해적선의 갑판에서 닷을 올리는 해적으로 보인다. 기념촬영과 짐을 정리하니 3시가 다가온다. 서둘러 하강을 하는데 어깨를 짓누르는 홀백이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듯하다. 10년 전에 너 자신이 한 약속을 왜 잊었냐고 나를 꾸짖는 것 같다.






  *조디악 등반후기*

조디악이 노즈와함께 우리에게 너무나 많은 유명세에 시달린 흔적이 난무하다. 수많은 하켄자욱이 그 유명세를 말해준다. 이번등반에서 나는 앵글하켄두개 나이프하켄두개 버드빅두개 헤드두개 너트한조 캠두조로 모든 등반을 마무리 할수 있었다. 전피치에 걸쳐서 극히 불안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에만 햄머를 세번정도 사용했던걸로 기억한다. 훗날에는 충분히 클린등반도 가능하리라본다. 반드시 마이크로 너트와 에일리언 두조정도는 지참하되 작은사이즈는 좀더 가져가면 훨신 수훨한 등반이 되리라 믿는다. 어렵지도않고 쉽지만도않은 조디악은 지금도 수많은 클라이머를 그리워하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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