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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알프스이야기4부
작성자 박종관 작성일 2006-08-23 오후 5:51:01 조회수 3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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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부 "알프스 최고봉 몽블랑을 향하여..."



7월7일 금요일 아침의 날씨는 어제와 다름없이 가랑비가 내리며 구름과 개스가 가득차 있었다.  주말의 일기예보를 보니 오전중 흐리다 오후부터 점점 맑아지는 날씨가 내일 토요일까지 계속될것 같다고 한다.  남.한.산. 알프스 원정팀의 최대 하일라이트인 몽블랑 등반을 더 이상 미룰수가 없어 서둘러 아침식사를 끝내고 1박2일의 장비와 식량 그리고 텐트를 챙겨 Chamonix 마을에서 약 12km 떨어진 Les Houches 마을로 이동하였다.  우리팀이 등반하기로 한 루트는 구떼루트인데 이 마을에 위치한 케이블카로 Bellevue (1800 m) 역에 도착후 다시 이곳에서 Nid d'Aigle (2364 m) 역으로 산악열차를 타고 이동하였다.  개스가 가득차 시야가 잘 보이지않는 Nid d'Aigle 에서 내려 바위들이 뒤엉킨 너덜지대를 2시간 정도 오르니 설원지대와 함께 멀리 짙게 깔린 개스 사이로 규모가 큰 산장이 보인다.  바로 Tete Rousse (3167 m) 산장 이었다. 이곳에서 간단한 간식과 휴식을 취한후 우리팀의 오늘 최종 목적지인 Gouter (3817 m) 산장으로 다시 힘든 걸음을 옮겼다.  주기적으로 낙석이 떨어지는 아주 위험한 Grand Couloir 라는 구간을 앞만 보고 달리다시피 통과하여 Gouter 산장이 있는 위쪽을 쳐다보니 가파른 바위 능선길이 기다리고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바위구간 사이로 신설이 덮혀있어서 더욱 오르기 까다로와 보였다.  5.5 정도의 암벽등반을 요하는 구간에는 안전을 위해서 Steel 케이블이 설치되어 있었고 나쁜 날씨 관계로 시야가 안좋을때 길을 잃어버려 조난을 당하는 일이 적도록 오르는 길 양쪽 바위면에 빨간색 페인트로 화살표와 점들을 그려 놓은것이 인상적이었다.  아마 미국 Sierra 산맥내에 바위에다 빨간색 페인트로 화살표를 그려 이정표를 만들어 놓자고 제안하면 Sierra Club 같은 자연 환경보호 단체의 강력한 반발에 부딫혀 조기에 부결될 것이다.  
지칠줄 모르는 작은거인 박종관 대원님이 먼저 무거운 4인용 텐트를 짊어지고 가파른 바위능선길을 빠른 속도로 오르기 시작하였고 필자, 안재호 대원님, 그리고 이현수 대원님순으로 숨가쁜 호흡을 가다듬으며 천천히 오르기 시작하였다.  내일 토요일 날씨가 좋아진다는 일기예보가 적중한듯 우리팀 앞과 뒤로 알프스 산악 가이드를 동반한 수많은 등반인들로 좁은 바위능선길이 가득찼다.  혹시 우리팀 위쪽으로 먼저 올라간 등반인들의 부주의로 인해 낙석사고가 생기지 않을까하는 불안한 마음으로 주기적으로 위쪽을 쳐다보며 고도를 높여갔다.  구떼산장이 바로 눈앞에 보이는 바위능선길 상단부에 도착하자 뒤따라 오던 안재호 대원님과 이현수 대원님의 지친 모습이 역력하였는데 특히 안재호 대원님의 컨디션이 많이 안좋아 보였다.  전날 저녁식사도 조금밖에 안드시고 주무시기전 베낭에 고소증 해소에 좋다고 코카콜라병에 위스키를 담아 넣는것을 목격하였다.  게다가 줄곧 쉴때마다 담배를 피우시는것외에 아무런 음식도 먹지 않으시는것 같았다.  아마 경미한 고소증 증세로 인한 식욕저하로 판단돼 등반을 계속 강행하였다.
드디어 Gouter 산장에 도착하여 잠시 휴식을 취한후 먼저 도착한 박종관 대원님이 산장위쪽 설원지대에 텐트를 설치하였다는 곳으로 이동하였다.  구떼산장은 이미 예약이 몇개월전에 끝나 초만원을 이루고 있었기 때문에 이곳 산장내 식당에서 팔고있는 소다 4병과 스낵 몇가지를 주문한후 계산하려고 하니 30 유로(37 달러)를 달라고 한다. 이 산장에서 파는 코카콜라캔 한병에 4 유로(5 달러)이니 가히 지구상에서 가장 비싼 코카콜라를 마시고 있는 것이다.  산장에서 유통되는 모든 음식과 음료수는 아래 마을에서 헬기로 이곳까지 운송 되어지는것 같았다.  
저녁시간이 되자 날씨가 점점 나빠지기 시작하였다.  싸락눈이 내리며 강한 바람이 텐트 Fly를 시끄럽게 만든다.  우리팀 모두 신발을 신은채 텐트안으로 들어와 버너를 피워 몸을 녹인후 라면과 누룽지로 허기진 배를 채운다.  구떼산장에서 사온 지구상에서 가장 비싼 코카콜라캔을 시원하게 마시고 모두들 곧바로 침낭안으로 들어가 누워버린다.  내일 새벽 3시에 몽블랑 정상을 향해 출발해야 하기에 강한 바람으로 인해 시끄러운 텐트 Fly 의 소음이 고막을 따갑게 하는 가운데 억지로 눈을 감고 있는동안 우리팀이 누워있는 알프스 최고봉이자 알피니즘이란 새로운 사상의 발생지인 몽블랑 초등에 관한 이야기가 떠오른다.  18세기말 (1786년) 이곳 샤모니 마을에 거주하는 수정 채집가인 Jacques Balmat 라는 사람이 몽블랑 정상으로 향하는 길을 확보하고 내려오다 본인의 직업인 수정채집을 하기위해 다른길로 접어든 후로 함께 동행한 일행과 멀어져 접촉이 끊기게 되었다.  게다가 날도 어두워져 짙은 어둠이 설원지대에 깔리고 눈보라까지 불어오자 하는수 없이 Grand Plateau 라는 하산길 설원지대에서 베낭과 Snowshoes 를 깔고앉아 침낭과 우모복이라는 20세기 방한장비도 없이 춥고 기나긴 밤을 뜬눈으로 지새우며 보낸후 (Bivouac 의 기원) 살아서 샤모니 마을로 내려간 그 당시로서는 놀라운 사건이 발생하였다.  이로써 몽블랑 정상도전에 있어서 하루가 아닌 이틀에 걸려 산중턱에서 비박을 하고 다음날 새벽 정상공격을 할수있다는 새로운 사실이 용감한 Jacques Balmat 에 의해 증명되었다.  그 사건이후 샤모니 마을에서 진료를 하며 몽블랑 정상을 꿈꾸고 있었던 Dr. Michel Paccard 와 Jacques Balmat 가 함께 1786년 8월 8일 지난번 비박을 하며 자세히 봐두었던 루트를 다시 찾아 올라 드디어 몽블랑 정상 초등의 영광을 안게 되었다.  이후로 많은 산악인들이 여러 변형루트로 정상에 오르며 알피니즘라는 새로운 사상이 자연을 사랑하는 산악인들의 스포츠로 자리를 매김하게 되었다.
7월 8일 토요일 새벽2시경 밤새 불어대는 바람소리에 잠을 깬다.  서리가 찬 싸늘한 텐트안을 버너를 피운 열기로 녹이고 누룽지국을 끊여 간단한 아침을 해결한다.  어제 저녁부터 고소증세로 컨디션이 안좋아 보이는 안재호 대원님은 아무 음식도 입에 대지 못하고 누룽지 국물만 조금 마신다.  몽블랑 정상등반 준비를 끝내자 텐트 바깥으로 등반인들이 걸어오는 소리가 들리며 헤드램프 불빛이 요란하게 비추어진다.  텐트문을 열고 새벽하늘을 바라보니 별빛이 하얀 설원위로 반짝 거린다.  비록 차가운 바람은 불고 있지만 구름한점 안보이는 맑은 날씨였다.  시계를 보니 새벽 3시를 가르키고 있었다.  벌써 우리팀보다 먼저 출발한 등반인들은 삼삼오오 안자일렌으로 줄을 묶고 컴컴한 설원지대를 밝은 헤드램프의 불빛으로 밝혀가며 힘차게 몽블랑 정상을 향하여 오름짓을 하고 있었다.  얼굴을 매섭게 파고드는 바람을 이기며 우리팀은 앞서가는 한 가이드 그룹뒤를 바싹 붙어 앞서가는 발자국만 따라 말없이 정상을 향하여 고도를 높여갔다.  새벽의 여명이 비추기 시작할 무렵 앞서 가던 박종관 대원님과 안재호 대원님이 움직이질 않고 멈춰 서 있었다.  Dome du Gouter (4304 m) 를 지나기 전 설원구간이었는데 몹시 피곤하고 지쳐있는 기색이 역력한 안재호 대원님이 눈위에 주저앉아 추위를 호소하며 웅크리며 떨고 있었다.  박종관 대원님이 갖고온 보온병에 든 따뜻한 물을 마시자 마자 토해내고 말았다.  극심한 고소증세를 보이고 있는 안재호 대원님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박종관 대원님이 함께 베이스 캠프로 내려가기로 힘든 결정을 하였다.  이번 알프스 원정의 최대목표가 몽블랑 정상 등정이라고 이곳으로 오기 두달전부터 열심히 산행훈련을 하시며 체력을 단련하시었는데 고소병이라는 뜻하지 않은 복병을 만나 힘없이 박종관 대원님의 부축을 받으며 베이스 캠프로 내려가는 모습을 보려니 지난번 몽블랑 따귈 등반중 발생한 선글래스 사건으로 아쉽게 하산 하시는 모습과 겹쳐지며 안타까움과 미안한 마음이 교차된다.  
우리팀 전원 몽블랑 정상등정을 목표로 이곳까지 힘들게 올라왔는데 안타깝게도 이현수 대원님과 필자만이 정상 공격조의 임무가 주어졌다.  Dome du Gouter 를 지나 다시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니 공사로 인해 잠정 폐쇄한 Vallot 산장 (4362 m)이 나온다.  이곳은 숙박하는 곳이 아니라 비상사태시 잠시 머물러 있는곳이라 한다.  Vallot 산장을 지나 머리를 들어 위쪽을 보니 대 장관이었다.  드디어 몽블랑 정상 설사면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그곳으로 이어지는 긴 설릉구간에 앞서간 등반인들이 새까만 개미들처럼 줄지어 올라가고 있었다.  첫번째 설릉구간을 통과하자 두번째 설릉구간이 나오고 그곳을 통과하자 다시 세번째 설릉구간이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잠시 주위를 둘러보니 알프스의 모든 산들이 수평선 아래로 보이기 시작하였다.  세번째이자 마지막 설릉구간을 오르니 드디어 몽블랑 정상이 눈앞에 놓여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쉽게 정상을 밟지 못하게 약 100 m 쯤 되보이는 수평 칼날 능선이 가로막고 서있었다.  칼날 능선 왼쪽으로 추락하면 프랑스 지역내에서 사망하는것이 되고 오른쪽으로 추락하면 이태리 지역내에서 사망하는것으로 기록에 남을것이다.  왼손으로 Ice Axe 를 있는 힘껏 찍어 확보하고 발끝에 온 신경을 기울이며 한발자국씩 정상을 향하여 나아갔다.  우리팀보다 앞서간 등반인들이 정상을 밟고 같은 칼날능선길로 내려오는 바람에 그나마 혼자가기도 좁은 능선길을 내려오는 사람들을 위해 피해주느라 더욱 위험스러웠다.  7월 8일 오전 8시 30분 드디어 이현수 대원님과 필자는 알프스 최고봉 Mont Blanc 정상에 올랐다.  구떼산장 베이스 캠프에서 출발한지 5시간 반이 소요되었다.  맑은 아침날씨로 인해 프랑스, 스위스, 이태리 알프스 산군들이 마치 파노라마와 같이 아름답게 펼쳐지며 필자의 눈을 부시게 한다.  알파인 지대의 푸르름과 깎아지른 대암벽들 위로 쏟아질듯 흰눈으로 덮힌 빙하지대 그리고 하늘을 찌를듯한 수많은 침봉들이 알프스 최고봉 몽블랑 정상을 힘들게 오른 이들에 대한 보답으로 그 무엇과도 비교할수 없는 아름다운 자태를 보여준다.  필자는 그러한 광경을 조그만 카메라에 담으려고 애를 썼으나 실제로 눈으로 목격하는것 외에는 이러한 장관을 담는다는 것은 무리인것을 느꼈다.  약 30분동안 알프스 산맥의 수려한 장관을 배경으로 기념촬영과 간식과 휴식을 취하고 박종관 대원님과 안재호 대원님이 기다리고 있는 베이스 캠프를 향하여 하산하였다.  뜨겁게 내리쬐는 햇볕을 등지고 약 3시간쯤 걸려 무사히 캠프로 돌아오자 예상했던 대로 안재호 선배님의 컨디션이 점점 나빠지기 시작한다.  빨간피가 섞여있는듯한 위액을 헛구역질로 쏟아붓기 시작했다.  안재호 대원님이 본인 상태가 안좋으니 먼저 내려가겠다고 하고 급히 하산하신다.  나머지 대원들은 텐트와 짐들을 챙겨 다시 어제 올라왔던 구떼산장 바위 능선길을 조심스럽게 내려선후 오후가 되자 20분마다 무차별로 낙석들이 떨어지는 Grand Couloir 를 또다시 운좋게 무사히 통과하여 Tete Rousse 산장을 경유해 마지막 산악열차가 기다리는 Nid d'Aigle 역으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바쁘게 걸어 내려갔다.  빙벽화를 신고 바윗길을 장시간 걸어 내려가려니 발가락에서 물집과 통증으로 불만을 호소한다.  저녁 6시40분에 떠나는 마지막 산악열차가 기다리는 Nid d'Aigle 역에 우리팀 전원 무사히 저녁 6시경에 안착하자 마자 길고 힘들었던 하루를 마감하듯 바닥에 드러 누워버린다.  알프스 최고봉 몽블랑 정상등정에 대한 기쁨과 지독한 고소증세로 시달리며 사고없이 무사히 이곳까지 내려오신 안재호 대원님에 대한 감사를 표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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