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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알프스이야기2부
작성자 박종관 작성일 2006-08-23 오후 5:50:18 조회수 28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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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부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 몽블랑 따귈등반"



2006년 7월2일 일요일 아침 Valley Blanche 설원으로 밝아오는 여명에 잠이 깬다.  알프스에서 보기 드문 맑고 화창한 날씨가 어제에 이어 계속 이어지는것 같았다.  박종관 대원님이 열심히 준비한 아침식사를 맛있게 먹고 오늘의 등반지로 결정된 Aiguille du Midi 남벽을 오르기 위해 장비정리를 분주히 한다.  그러나 안재호 대원님은 오늘 자정에 출발하기로 한 몽블랑 등정을 위해 몸을 아끼시느라 Aiguille du Midi 남벽등반을 베이스 캠프에서 망원경으로 구경만 하신다고 한다.  암벽등반 장비와 카메라를 베낭에 넣고 바로 눈앞에 보이는 Aiguille du Midi 남벽 우측 크랙루트(5.9)로 향하였다.  앞서가는 프렌치팀을 한참 기다리는 도중 이곳 알프스 현지 등반 가이드로 활동하시는 허긍렬씨가 우리팀을 알아보고 인사를 건네며 사진 몇장을 찍어간다.  
드디어 우리팀의 차례가 되어 박종관 대원님, 이현수 대원님, 그리고 필자의 순으로 암벽등반이 시작되었다.  해발 11,500 ft.에 위치한 암벽루트라 한동작 움직일때마다 엄청나게 숨이 차오른다.  노랗게 바랜 화강암으로 남벽이라 그런지 대체적으로 바위의 질이 깨끗하고 크랙라인이 수직으로 뻗어 있었다.  우리팀이 오르는 등반루트 왼쪽상으로 지난번 주영 선배님이 등반하셨던 유명한 Rebuffat 루트(5.10)에 많은 등반팀이 오르고 있었다.  대부분 현지 등반가이드와 함께 등반하고 있었고 해발 11,000 ft. 가 넘는 고지대임에도 불구하고 별로 힘들어하지 않고 순조롭게 오름짓을 하고 있었다.  제4피치에 놓인 5.9 크럭스 지점을 힘들게 오르니 더블 크랙 시스템이 나타났다.  지난번 최상범 회장님 그리고 이현수 부회장님과 함께한 요세미티 크랙등반의 경험을 되살려 양손과 양발을 이용한 Stemming 으로 박종관 대원님과 이현수 대원님이 기다리고 있는 Belay Station 에 도착하여 필자의 취미이자 임무인 사진촬영을 마치고 아래 설원으로 하강준비를 하였다.  때마침 Valley Blanche 설원아래에는 알프스 여성 등반대가 베이스 캠프를 설치하려 Aiguille du Midi 에서 걸어 내려오고 있었다.  
화창한 날씨의 일요일 오전 등반을 마치고 베이스 캠프로 내려오자 안재호 대원님께서 반갑게 맞이하시며 끊는물과 커피등을 준비하신다.  우리팀 텐트 건너편에는 하루 먼저 들어오신 유학재 원정대장님외 2명의 한국 산악회 대원님들이 함께하는 텐트가 놓여져 있었고 옆쪽에는 금방 들어온 알프스 4인조 여성 원정대의 텐트가 설치되어져 있었다.  
간단한 점심을 먹고 오후 시간대에는 오늘 자정에 출발할 몽블랑 등반준비와 휴식 그리고 옆동네와 앞동네 대원님들간의 수다로 시간을 소일하였다.  저녁시간이 지나 사방이 어두워지기 시작하면서 설원지대에 먹구름이 몰려오며 진눈깨비가 내리기 시작하였다.  우리팀 모두 텐트안에 누워 오늘 자정에 출발할 몽블랑 등반을 강행할까 말까하는 고민에 빠졌다.  밤 10시가 넘어서자 진눈깨비가 싸락눈으로 변해 텐트 Fly를 시끄럽게 때린다.  다른 대원님들의 코고는 소리를 내며 깊은잠을 청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오늘 자정의 몽블랑 정상공격은 수포로 돌아간것 같아 눈내리는 소리를 자장가 삼아 억지로 잠을 청해본다.  다음날 아침이 되니 어제밤 짖꿎은 날씨는 온데간데 없고 화창하고 청명한 햇살이 텐트 사이의 열린문을 비집고 들어온다.  박종관 대원님과 이현수 대원님이 일어나며 몽블랑 정상공격은 물건너 같으니 설원지대에서 바로 보이는 Mont Blanc du Tacul (4248 m/13,937 ft.)삼각북벽 등반을 하자고 제안한다.  베이스 캠프에서 바로 보이는 삼각북벽은 눈과 얼음 그리고 암벽구간으로 뒤섞여 있었고 경사가 50-60도 정도 되어 보였다.  마침 알프스 여성 등반대의 등반 스케쥴도 우리팀과 같아 등반 루트는 다르더라도 어느 정도 위안이 되었다.  우리팀이 정한 등반루트는 Contamine Grisolle 루트로 삼각북벽 왼쪽 하단부 설벽라인을 따라 올라 오른쪽 바위구간을 통과하여 2번째 설빙벽을 지나 설능을 따라 올라 정상부근에서 우측으로 Traverse 하여 하산하는 루트로 총 12피치 정도의 구간에 크램폰과 아이스 툴을 사용하여 설벽과 빙벽 그리고 암벽구간을 올라야 하는 혼합등반이었다.  이러한 알파인 스타일 믹스등반경험이 전혀 없었던 필자로서는 참으로 난감하였다.  오전 8시경 베이스 캠프를 출발하여 약 30분정도 설원지대를 가로질러 Contamine Grisolle 루트 시작점에 도착하자 마자 설벽 상단부로 부터 바람에 의해 불어내려오는 낙빙 세례를 정신없이 맞는다.  마치 Mont Blanc du Tacul 산이 이곳을 등반하려는 미세한 인간들의 접근을 막으려는듯  기관총 총알 퍼붓듯 아래로 쏟아 붓는다.  가끔씩 피자 사이즈만한 낙석까지 합세하여 우리팀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다.  앞서가는 용감한 작은거인 박종관 대원님이 헬멧도 착용안하고 무시무시한 낙빙세례를 피해가며 제1피치 종착역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안재호 대원님과 동시에 고정된 로프에 Ascender 를 사용하여 Self Belay 를 보며 정신없이 설벽을 오르고 있는데 우리팀 왼쪽선상으로 현지 2인조 프렌치팀이 Bon Jour ~ 라는 아침인사를 건네며 서로 줄도 안묶고 낙빙이 쏟아지고 있는 설벽 상단부를 향해 아침 산책을 하듯 유유히 걸어 올라가고 있다.  우리팀 모두 무사히 제1피치 바위 테라스에 도착과 동시에 박종관 대원님이 설벽과 바위를 잇는 혼합등반선을 따라 제2피치 확보 스테이션을 향해 전진한다.  여기서 몽블랑 따귈 등반의 첫번째 비극이 벌어진다.  힘들게 올라오신 안재호 대원님이 땀에 젖은 Balanclava 를 벗으려다 그만 선글래스를 아래 설벽바닥으로 떨어트리고 만다.  2번에 걸친 설맹경험으로 많은 고생을 하셨던 안재호 대원님 선글래스 없이 설벽을 등반하는것 자체가 무모한 행동이라는것을 여지없이 잘 파악하고 계신것 같아 보임을 입증하듯 고개를 떨구고 애꿎은 담배를 연거푸 피우시고 계신다.  주인을 잃고 방황하는 선글래스를 찾으러 60미터 1/2 로프에 매달려 하강을 을 한후 다시 이곳까지 올라오는 간단한 방법이 있었으나 문제는 알파인 등반이 요하는 시간이었다. 특히 이곳 알프스 지역의 오전 반짝 오후 천둥번개를 반복하는 변덕날씨 관계로 그야말로 시간이 금이었다.  전속력으로 정상을 향해 등반후 쏟살같이 하산을 하여야 하나님의 분노(천둥 번개)를 피할수 있었다.  
잠시 제1피치 Belay Station 에는 침묵과 고요가 흘렀다.  결국엔 안재호 대원님이 우리팀의 등반을 위하여 홀로 베이스 캠프로 하산하겠다는 결심을 굳히고 부실한 1/2 로프를 사용하여 무사히 내려가셨다.  잃어버린 선글래스를 찾았다는 안재호 대원님의 마지막 힘없는 목소리를 뒤로하고 박종관 대원님, 이현수 대원님, 그리고 필자는 초를 다투며 오직 몽블랑 따귈 정상을 향해 정신없이 오름짓을 하였다.  크램폰 앞날이 바위를 긁히며 내는 소리, 아이스 툴 픽이 얼음과 바위를 깨며 내는 둔탁한 소리, 그리고 희박한 산소로 인한 숨가쁜 호흡의 소리가 뒤섞이며 우리팀은 서서히 정상 능선과 가까와 지고 있었다.  상단부 테라스에서 잠시 간식과 휴식을 취하며 시계를 보니 오후 2시반이 지나고 있었다.   문뜩 알프스 원정 떠나기전날 주영 선배님과 전화로 통화한 내용이 뇌리에 스쳐 지나갔다.  알프스 등반시 오후 2시가 넘으면 반드시 천둥번개를 동원한 먹구름이 몰려오니 항상 염두해 두고 늦은 오후의 등반을 될수 있으면 피하라고 신신 당부하셨던 말씀이 떠 오르며 저 멀리 Aiguille du Midi 침봉을 바라보는 순간 고소로 인해 희미해 있던 정신이 번쩍 띄었다.  침봉 너머로 천둥 번개를 동원한 시커먼 먹구름이 엄청난 속도로 이곳을 향해 몰려오고 있었다.  우리팀이 올라온 쪽으로 하강 탈출하기에는 이미 너무 높이 올라와 있었고 오직 저 멀리 보이는 정상 능선을 향해 올라가 오른쪽 설벽을 Traverse 하여 하산길을 찾아 내려가는 방법밖에 뾰족한 수가 없어 보였다.  
등반시간을 줄이기 위해 박종관 대원님이 먼저 앞장서고 같은 로프를 사용하여 필자와 이현수 대원님순으로 확보없이 연등으로 3 피치 정도의 높이를 올라서자 드디어 정상부근 능선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시간는 벌써 오후 4시를 지나가고 있었다.  그러나 엄청난 천둥소리와 번쩍이는 번개를 몰고오는 먹구름은 벌써 한 로프에 묶인 우리 3인조 등반팀의 머리 위쪽을 뒤덮고 있었다.  사방으로 펼쳐진 눈부신 알프스 산맥의 장관은 온데간테 없이 사라져 버리고 시커먼 먹구름과 개스 그리고 고막이 찢어질듯한 천둥소리와 번쩍이는 번개가 우리팀의 생과사의 운명을 저울질하고 있었다.  정상부근 설빙벽 능선구간에 들어서자 앞서가는 박종관 대원님을 비롯 필자 그리고 이현수 대원님의 머리쪽 끝부분에서 번개가 치기전 전류가 흐르는 아주 기분나쁜 소리가 들려왔다.  필자는 이 소리가 머리끝에서 들려올때마다 설빙벽 바닥으로 납작 업드리니 소리가 멈추는것을 느꼈다.  생전 처음 느낀 절박함과 긴장감이 감도는 순간들이었다.  우리팀중 한명만 번개를 맞더라도 함께 양쪽 능선 낭떠러지로 추락사 하는것은 기본이었고 번개의 강한 전압이 함께 묶여 있었던 로프를 타고와 전신마비로 인한 감전사는 그야말로 보너스였다.  우리팀이 등반하고 있던 몽블랑 따귈 정상에는 철십자가가 세워져 있다고 한다.  천둥번개를 피해 설빙벽 바닥에 얼굴을 파묻으며 필자는 항상 우리들 사이에 살아 계시다고 믿는 전지전능하신 하나님께 간절한 기도를 올린다.  "하나님 아버지, 그 동안 알프스 원정이라는 미련하고 부끄러운 인간의 이유로 아버지께 바치는 예배와 찬송 그리고 기도를 소홀히 하였음을 이 절박한 상황에서 회개 드립니다.  하나님 아버지, 생사의 갈림길에 처한 우리팀을 불쌍히 여겨 주시사 미련하고 부끄러운 우리 죄인들의 뜻이 아닌 아버지의 뜻으로 모든것을 행하여 주시옵서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이름으로 기도 드리겠습니다. 아멘..."   순간 엎드려 산상기도를 마치자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러 내리며 쏟아지는 우박과 함께 바닥눈을 녹인다.  간절한 기도에 용기를 얻어 다시 앞으로 쉼없이 능선길을 오르니 앞서가던 박종관 대원님이 갑자기 소리친다.  드디어 우측방향으로 하산길 발자국을 찾았다고...  우박과 싸락눈이 내리고 있는 관계로 하산길 발자국이 점점 희미해져 가고 있었다.  이때 저 멀리 희미하게 4명의 클라이머들이 우측 설벽을 Traverse 하고 있었다.  바로 우리팀과 같이 올라온 알프스 여성 등반대였다. 이러한 긴박한 상황에 만나게 되니 참으로 반가웠다.  희미해져 가는 발자국을 찾아 조심스럽게 설벽을 Traverse 하여 하산길을 찾아 내려가니 천둥번개의 위험에서 벗어난듯 싶었다.  사랑의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열심히 올리며 천천히 고도를 낮추며 하산하였다.  하산길에서 지나친 웅장한 Serac 기둥과 Crevasse 그리고 얼음벽들이 마치 삶과 죽음의 현장에서 살아 내려온 우리팀들을 축하해주고 마지막 배웅까지 해주는 것을 느끼며 우리팀 3명과 알프스 여성 4인조 원정대는 무사히 아늑한 베이스 캠프가 있는 Valley Blanche 설원으로 피곤에 지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때마침 문제의 선글라스 추락사건으로 조기 하산하신 안재호 대원님께서 눈을 녹여 뜨겁게 끊인물을 들고 우리팀을 마중 나오신다.  정말로 고맙고 또한 다시 이렇게 뵐수 있어서 무척 반가웠다.
그날밤 우리팀은 밤늦게 다시 몰려온 천둥번개와 싸락눈 세례를 받으며 텐트안에서 몽블랑 따귈 등반의 모험담으로 이야기꽃을 피우며 꿀맛같은 잠을 청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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